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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공개] 어두운 등잔 밑
1. 사실 내일 강의를 앞두고 고민이 많았다. 강의가 막바지로 치달으면서 철학적 기반보다 비주류경제학의 연구방법론에 점차 가까워지기 때문에 경제학자인 내게 고민이 줄어들어야겠지만 방대한 내 주특기가 정작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갑자기 감독직을 맡은 왕년의 축구선수가 선수들을 어떻게 훈련시키며, 팀을 지도할지 매뉴얼이 정리되어 있지 않는 상태와 같은 것이다. 2. 비주류경제학자들 가운데 소스타인 베블런은 제도경제학의 창시자쯤 되기 때문에 입으로 줄줄 읊조릴 수 있어야만 한다. 그런데 정리하려고 자판을 앞에 두니 시작 자체가 안 된다. 끙끙거리며 서재를 맴돌다추천 -
[비공개] 끈 떨어진 존재들
거참, 끈 떨어진 신이라 했던가? 퇴임해 힘도 없는 대통령한테 받았다. 살아있는 권력일 땐 국물도 없더니 말이다. ㅎㅎ 다들 명절과 새해 때 뭘 받았다고 사진 올릴 때 부러웠다. 뭣보다 과자처럼 먹는 것 받은 사람들이 젤 부러웠었다. 침이 꼴깍꼴깍 넘어 갔었지. 내 평생 '끈' 자랑하는 놈 조롱하고, 끈을 멀리함으로써 마음에 평화를 누렸으니, 끈 떨어진 전임 대통령한테 선물 받는 건 내 체질에 딱 맞고, 그래서 기쁘기도 하다. 퇴임 바로 전날 받아 뒷마당에서 첫잔을 마시는 설정도 해 사진을 찍어 보았지만, 내 모습이 영 말이 아니라 올리지 않기로 했다. 그건 민폐다. 내 모습도 이제 완전 끈 떨어진 행색이다. 권력도 지.......추천 -
[비공개] 윤석열의 취임, 동아시아의 전체주의
1. 폭민(暴民, mob)! 이들은 각 계급에서 낙오된 자들을 대표하는 집단으로서, 자신을 "잉여"라고 느낀다. 이들은 원한과 우울을 치료해 줄 메시아, 곧 "강한 지도자"를 열망한다. 이들은 이 "수령"이 선동하는 "대중동원"에 대한 강력한 욕망을 갖고 있다. 2. 수령은 정치체제를 '경제시스템'으로 축소시키고, 인간의 활동을 '노동과 생산'의 영역으로 가두어 버린다. 그로써 경제는 성장하고 빵은 확보된다. 반면 인간의 진정한 행위인 정치참여(프락시스)와 정치 자체가 실종되고 만다. 3. 수령은 폭민의 열광적 지지를 업고 잘 계획된 "기술관료적" 방식으로 전체주.......추천 -
[비공개] '문통'도 나의 대통령입니다
1. 문통에 대해 좌파들 사이에 이런저런 비난의 말이 많다. 문통에 대한 정의당의 비난이야 귀가 아프게 들어 익숙하지만 최근에는 이재명의 열성지지자들이 문통에 대해 가하는 비아냥도 심심찮게 들린다. 문재인때문에 이재명이 선거에 졌다는 게다. 이를테면, 우유부단, 무능, 소심함으로 아무 성과도 없이 허송세월하는 바람에 실망한 국민들의 정권교체요구가 강해져 이재명의 장점이 퇴색돼 버렸다는 것이다. 2.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다. 가당찮다! 내가 지금까지 주시해 본 바로는 이재명 스스로 얻을 수 있는 득표율은 최대 33% 를 넘지 못한다. 그렇다고 33%마저도 모두 이재명의 열혈 지지자는 아니다. '민주당'의 강고한 콘.......추천 -
[비공개] 사기논문
1. "한씨는 논문 작성에도 두각을 보였다. 지난해 하반기에 6개의 단독 저자 논문을 작성했는데 이 중 3개는 11월에, 2개는 12월에 작성했다. 다른 하나도 지난해 하반기에 작성된 것으로 나온다. 주제도 ‘반독점법’ ‘국가채무’ ‘코로나19’ ‘분쟁지역 교육 및 의료개혁’ 등으로 다양했다. 한 국외 대학 입시전문가는 “각기 다른 주제로 두 달 만에 논문을 여러 편 쓴다는 건 쉽지 않아 보인다”라고 말했다. 모든 논문에서 한씨가 ‘독립 연구원’이라는 칭호를 쓰며 단독 저자로 나선 점도 눈에 띈다. 이 논문은 투고의 문턱이 낮은 ‘오픈 엑세스’에 실렸다. 출판 활동도 활발했다. 한씨는 2020~2021년 영어 전자책을 10권 출판.......추천 -
[비공개] 커밍아웃
1. 계몽시대와 더불어 대략 18, 9세기까지 개인주의, 자유주의, 공리주의, 반도덕주의, 권리주의가 진보적 태도였다. 반면 집단주의, 평등주의, 공동체주의, 도덕주의, 의무주의는 보수적 태도였다. 2. 18세기 아담 스미스로부터 시작해 진화를 거듭한 신고전학파 주류경제학이 개인주의와 자유주의를 취하며 도덕을 조롱하는 건 당연하다. 더욱이 개인의 권리를 절대화하는 것도 아무런 모순이 없다. 18, 9세기 계몽사상가의 후예들이기 때문이다. 3. 백년 후 등장했지만 마르크스경제학도 여전히 계몽의 산실에서 태어났다고 해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마르크스에게서 개인의 자유와 권리가 최고의 가치인 건 계몽시대와 다르지 않고, 도덕을 혐.......추천 -
[비공개] '이준석들'의 문화적 자본
"저기 장애인인데 저 먼저 탈 수 없을까요?" 휠체어를 탄 한 장애인이 지하철 승강기를 타려고 비장애인 승객들한테 부탁했다. 수십분을 기다리다 일반승객들이 먼저 자리를 차지하는 바람에 승강기를 이미 몇대 놓진 터였다. "아이쿠, 먼저 타시죠. 제가 남는 게 시간인데 뭐가 문제입니까? 자, 여러분 길 좀 비켜 드립시다" 한 남성 A가 정중하게 권유했다. "무슨 말이에요. 시간이 남다니 다른 사람은 모두 바빠요. 당신같은 분이나 시간이 남지 우린 다 열심히 사느라 시간이 없어요" 또 다른 남성 B가 짜증섞인 말로 되받아쳤다. "아무리 그래도 이건 인간의 도리 아닙니까? 좀 늦으면 어떻습니까?".......추천 -
[비공개] 권력의지
1. 경제학자가 철학강의 준비하느라 페북을 들여다 볼 시간이 없기도 하나, 정치로부터 좀 멀어져 있으니 글을 써야 할 의무가 줄어드는 건 사실이다. 정치엔 권력의지가 뒷받침되어야 한다는데, 권력의지 그 자체를 귀찮게 생각하는 나로선 매번 정치글을 올리는 게 사실 내 취향에 안 맞는다. 그런데도 대다수 이웃들은 정치적 포스트에 열광하니, 인기없는 학술적 얘기만 줄창 올리는 것도 현실적이지 못하다. 아무래도 블로그는 소통의 공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치와 학술'을 적절히 배합해 써야 '학술과 소통'이라는 나의 두 가지 목적도 달성할 수 있다. 나만의 세계가 아니라 동료와 함께 사는 세상에선 그 정도.......추천 -
[비공개] 윤석열의 시대, 기재부의 시대, 주류경제학의 시대
1. 모든 인간은 모여 살기보다 고립되어 살기를 좋아한다. 인간들 사이에 '사회'는 존재하지 않는다. 프라이버시는 '절대적인' 영역이다. 2. 모든 인간은 이기주의자다. 공동체와 공적사안에 대한 관심은 없다. 따라서 공적 업무를 위해 사용되는 세금을 부과해선 안 된다. 3. 모든 인간은 물질과 쾌락만 추구한다. 정의와 선 등 도덕을 따라 '비과학적으로' 행동하지 않는다. '악덕'이 미덕이다. 4. 모든 인간은 슈퍼컴퓨터의 계산능력을 갖는 합리적 행위자이므로 그들의 자율에 맡겨야 한다. 5. 이런 본성들을 소유하는 개인들이 경제활동을 하는 시장은 완전하기 때문에 국가와 같은 그 어떤 행위자.......추천 -
[비공개] 불행을 막는 니체의 경고
1. 삶이 매번 행복하다고 말하는 사람은 '또라이'거나 '밥맛 없는 놈' 중 하나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내 삶도 그리 녹록치 않다. 학생충원율로 매번 닥달 당하는 간당간당 3류 대학의 교수생활이 뭘 그리 행복했을까? 그래도 신이 나를 저버리시지 않았는지 유럽인문아카데미의 경제학강좌와 경제사상사강좌로 늘그막에나마 행복을 허락하신 것 같다. 수강자들의 학구열이 대단할 뿐 아니라 질문들이 실로 아카데믹하기 때문이다. 아카데믹한 질문이란 멋지고 난해한 질문이 아니라 정곡을 찌르는 간단하고도 쉬운 질문인데, 그런 질문은 필시 나도 그 답을 여전히 내리지 못한 경우가 허다하다. 2. 그런 질문을 당하면 생각.......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