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후배들과 길을 걷다가 오래된 빌라촌에 웬 포르쉐 전기차가 한 대 주차되어 있는걸 보았습니다. 아무래도 그 지역의 부동산 시세에 비해 워낙 고가의 자동차가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 어색하다고 생각했는데 일행중 한명이 '와 영끌해서 차에 몰빵했네'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그걸 보고 피천득의 '은전 한 닢'이야길 꺼냈습니다. 그런데 이 이야기가 뭔지 모른다고 해서 '아니 이걸 학교에서 안 배웠어?'했더니 본인들 교과과정에서는 빠져있었대요. 생각해보니 '학교에서 배운 것'이 세대별로 약간은 다를 수 있겠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줄거리를 이야기해주었죠. 애들아. 내가 이 글의 스토.......

일전에 윤 후보자 대선 정국에서 무척 흥미로운 일이 있었어요. 대선후보 TV토론 중이었는데 잠시 카메라에 비춰진 손바닥에 왕(王)자가 등장하자 많은 사람들이 윤석열 후보자의 자질을 왈각왈부했었죠. 저런 무속인의 말을 듣고 저런 짓(?)을 하는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을 수 없다, 부터 시작해 아니다 동네 할머니가 적어주신거다 등등으로 이야기가 확대재생산되며 급기야 전속 무속인이 있다는 얘기부터 다양한 버전의 썰이 일파만파로 퍼져나갔습니다. 사실 저의 경우 천주교 신자이지만 한옥에 살고 있고, 오랫동안 전통 예술과 민예에 관심이 많아서 집에 입춘첩도 적어 붙이고, 달항아리도 집에 세개나 두고 하거든요. 제가 제주도 출신.......

얼마전 스타트업의 C 레벨로 근무하던 진구와 술자릴 가졌습니다. 저도 잘 몰랐던 스타트업의 다양한 일들을 '썰'로 들었는데 정말 이카루스의 추락, 프로메테우스의 형벌과 같이 드라마틱한 이야기의 서사 구조에는 '추락'과 '반전'이라는 요소가 늘 숨어있는 듯 합니다. 원래 7년전쯤 실리콘밸리의 투자를 받았던 그 회사는 지금 산산히 쪼개지고 당시 근무했던 CEO를 비롯해 그 친구도 사실 별로 돈을 챙기지 못했다는 얘기를 들려주었는데 지금이니까 웃으며 이야기하지만 나름대로 마음고생이 컸을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면서 문득 스타트업의 기술이나 비지니스보다도 스타트업의 이야기를 사람들은 어쩌면.......

최근 자산시장의 유동성이 증가하면서 자연스럽게 모두가 모두에게 투자를 권하는 사회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누구는 부동산에, 누구는 채권에, 누구는 달러와 엔화에, 더러는 미술품과 주식에 투자며 각자의 수익률로 내공을 비교하곤합니다. 20대들조차 주말에 지방으로 임장을 다니고, 10대들도 스니커즈에 투자를 하죠. 이제는 부수입원을 만드는게 우리 모두의 일반적인 경제활동의 일부가 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의 경우 그 어떤 금융상품에도 투자하지 않고 취미와 감도, 그리고 네트워크에 투자한다고 오래전부터 말씀드린바 있죠. 자랑이 아니라 저는 이러한 투기활동 자체가 버블을 만들고 부의 격차를 심화시킨다고 생깍했거든요. .......

한옥에 살고 싶다는 분들의 문의를 자주 받습니다만 저의 경우 다소 냉정하게 두번 정도는 그냥 씹습니다. 사실 그냥 찔러보는 문의가 많아서 어느 정도의 절실함과 진지함이 없는 경우에는 일일이 받아치기도 어렵거니와 제가 남의 인생을 망칠 수도 있는 결정에 관여하고 싶지도 않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한옥에 정말 살아보고 싶다는 분에게는 반드시 고려중인 예산으로 구매 가능한 면적의 한옥에서 2박 정도를 숙박해보시기를 당부드려요. 대부분 예산선 10억의 북촌과 서촌의 한옥의 경우에는 실제로 살기 불편한 경우가 많고 지리적으로 외진 경우가 많거든요. 게다가 아파트에서 살던 편리함을 포기하면서도 과연 한옥에 살 자신이 있.......

원래 핸드폰이나 자동차와 같은 기술 중심적인 제품들의 경우 제일 최근에 나온 제품이 가장 예뻐 보이기 마련입니다만 최근에 그 약간 다른 느낌으로 접근하는 분들이 생겨나고 있어요. 가령 블루투스로 뱅앤올룹슨을 듣기보다는 그냥 LP로 연결된 매킨토시를 좋아하거나, 70년대 BMW의 빈티지한 느낌을 테슬라보다도 더 쿨하다고 보는 분들이 있죠. 그런데 건물이라는 것에 있어서는 그게 조금 어려운 모양입니다. 1년전에 오픈했던 더현대서울을 향한 많은 MZ세대들의 사랑을 보는 입장에서는 건물이야말로 그냥 '처음보는 것이 제일 이쁜 것'이라는 통속적인 표현이 가장 잘 어울리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건물에 무슨 하.......

가로수길 다세대 빌라중 철거를 앞둔 두 동을 임창해서 약 한달가량 브랜드들과 디자이너들의 쇼룸으로 전시를 진행중입니다. 이를 추진한 것은 바로 마리끌레르를 발행하는 MCK 퍼블리싱. 마리끌레르의 서브 브랜드인 월간 에서 주관하는 행사입니다. 챕터원, 덴스크. 비플리오테크, 카인드스페이스 등 유명 편집샵은 물론 양태오, 김나리, 임태희 등 다양한 디자이너들의 창의적인 면모를 작은 공간에서 각자 펼칠 수 있는 장을 만들었습니다. 2만원이라는 예상보다 비싼 티케팅 가격 때문인지 상당히 여유롭고 한적하게 관람할 수 있었는데 약 서른개 정도되는 3평 남짓한 공간들을 둘러보며 여러가지 가구와 조명, 수집품들을 볼.......

지난해 신개념 편의점이라는 컨셉으로 나이스웨더가 오픈했을때 그냥 단순히 긴자 소니파크의 의 카피캣이겠구나, 하고 별 다른 관심을 갖지 않았는데 거기서 나아가 일종의 브랜딩 플랫폼으로 방향을 선회하고 여러차례 놀라며 그들을 주목해야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직년 30억 정도 현대백화점이 시리즈 A 투자를 했는데 요즘 이렇게 패션쪽 스타트업으로 무신사나 대명화학의 투자는 자주 보아왔지만 백화점의 투자라니 신선했죠. 운영사인 CNP컴퍼니는 나이스웨더 이외에도 아우어베이커리, 도산분식 등을 운영하고 있는데 CNP 는 Culture and People 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이번 그랜드 오픈에서 세 가지 정도로 놀랐는데 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