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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공개] 중도의 지혜 - 고행의 철학(1)
고행과 깨달음 불교를 처음 접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고행의 모습이다. 영화 속 한 장면처럼 촛불에 손가락을 태우거나, 단식으로 뼈만 앙상하게 남은 수행자의 모습이 머릿속에 남아 있다. 한때 나도 그런 이미지로 불교를 상상했었다. 그러나 배움의 길에서 불교가 실제 불교와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봤던 고행의 모습은 불교가 아니라 자이나교의 철학과 수행이었다. 석가모니 부처는 고행을 선언적으로 버린 인물이다. 그는 왕위 계승자로 태어났지만, 인간의 고통과 삶의 불안을 목격한 뒤 출가를 결심했다. "노병사(老病死)"라는 인간의 피할 수 없는 고통 속에서 석가모니는 출가 수행자의 평온한 얼굴을 보았다. 그.......추천 -
[비공개] 의식은 물질인가? - 엔드 오브 타임(3)
『엔드 오브 타임』 브라이언 그린이 말하는 세상의 시작과 진화, 그리고 끝 브라이언 그린 저 의식과 물질 브라이언 그린의 『엔드 오브 타임』을 읽으며 물리학과 의식의 경계에서 펼쳐지는 흥미로운 논의를 깊이 탐구해 보자. 이 책은 물질과 의식의 관계, 그리고 우리가 존재에 대해 이해하고 있는 방식에 대한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책의 5장에서 브라이언 그린은 독자들에게 두 가지 본질적인 질문을 제시한다. 첫째, "물질은 의식을 창출할 수 있는가?" 둘째, "자율적인 의식은 두뇌와 몸을 구성하는 물질에 물리 법칙이 적용된 결과에 불과한가?" 이 질문은 물리학의 영역을 넘어선다. 이는 철학적이고 존재론적인.......추천 -
[비공개] 교육, 희소성의 함정 - 달빛과 외판원의 여행(3)
돌봄의 허구성 이반 일리치의 통찰력은 현대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비판하는 데 탁월하다. 그가 제기한 "돌봄"이라는 개념은 개인적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우리 사회 전체의 가치 체계와 인간성을 비추는 거울이다. 일리치는 돌봄이 사랑의 가면이 될 때, 그 가면은 종종 왜곡된 형태로 나타난다고 경고한다. 사랑의 본질은 희생과 헌신인데, 전문화된 돌봄은 이러한 본질을 상업화하고 상품화하며, 결국 인간적인 관계를 비인간적인 규정과 표준으로 대체한다는 것이다. 그는 돌봄이 사랑의 이름으로 실행될 때, 종종 그 의미가 퇴색된다고 주장한다. 돌봄이 전문화된 영역으로 옮겨가면서, 개인이 가족이나 공동체와 맺는 관.......추천 -
[비공개] 일상의 힘 - 꿈, 잠, 죽음(7)
행설수설s2 / 『달라이 라마와의 대화』 / FRANCISCO J.VARELA 엮음 저자(글) · 이강혁 번역 죽음과 환생의 경험 삶의 한가운데, 우리는 매일 꿈을 꾸고 잠에 들어 죽음과 환생을 경험한다. 과장된 표현이 아니다. 장자의 우화처럼, 지금 우리가 깨어 있는 상태가 꿈인지, 꿈속에서 깨어난 상태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순간이 찾아오기도 한다. 이렇듯, 하루는 일생과 다름없는 축소판이다. 그리고 이는 은유가 아닌, 인간의 내면적 체험을 탐구할 때 마주하게 되는 실재적 진리다. 매일의 반복 속에서 우리는 죽음과 같은 깊은 잠에 빠지고, 환생처럼 새로운 하루를 시작하며, 이를 통해 인생의 순환 구조를 경험한다. 어떤 이는 말한다. “공간 감.......추천 -
[비공개] 욕망을 넘어서 - 꿈, 잠, 죽음(6)
행설수설s2 / 『달라이 라마와의 대화』 / FRANCISCO J.VARELA 엮음 저자(글) · 이강혁 번역 무의식을 탐구 프로이트의 꿈 분석에 대한 논의는 한 개인의 꿈 해석을 넘어, 인간 무의식의 깊은 바다를 탐구하는 도구로 자리 잡았다. 그의 이론은 꿈이 일상적 경험의 재현이 아니라 억압된 욕망과 감정의 상징적 표현이라는 사실을 드러내며 심리학에 새로운 장을 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프로이트의 초기 이론이 주었던 충격은 점점 사라지고, 익숙함 속에 새로운 해석의 가능성이 묻혀가는 듯하다. 현대에 와서는 "유년기에 엄마가 나를 미워했다"는 식의 단조로운 꿈 분석이 느껴진다. 이 지점에서 프로이트의 이론이 처음 등.......추천 -
[비공개] 빈곤의 법칙 - 노동자의 운명(1)
자본 축적의 핵심 마르크스의 자본론은 자본주의의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데 있어 필수적인 통찰을 제공합니다. 우리는 자본론의 1권만을 다룹니다. 이는 1권이 마르크스가 생전에 완성하여 출간한 유일한 권이기 때문에, 그의 사상과 분석의 정수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를 갖습니다. 2권과 3권은 그의 사후에 엥겔스에 의해 편집되었지만, 마르크스의 원고를 토대로 했다는 점에서 연속성을 지닙니다. 자본론 1권의 클라이맥스라 할 수 있는 마지막 챕터는 '자본 축적의 일반 법칙'을 다룹니다. 이 장에서 마르크스는 자본주의 체제에서 부의 생산과 가난의 생산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원리를 설명하고자 합니다. 이는 단지.......추천 -
[비공개] 환영 속에 진리 - 읽기 들뢰즈(4)
나눔을 묻다 플라톤의 사유 속에서 아이러니란 흥미로운 장면을 연출한다. 나눔이라는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떠오르는 신화적 요소는, 겉보기에는 본래 과업을 포기하고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처럼 보인다. 여기서 플라톤의 아이러니는 이성과 신화라는 대립적인 요소를 동시에 포용한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무엇이 이 둘을 연결하며, 또 어떤 방식으로 신화가 합리적인 나눔을 가능케 하는가?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우리는 그 관계를 깊이 탐구해야 한다. 우리 삶은 아이러니의 연속이다. 잘 살고 싶다는 열망이 가득하지만, 정작 우리가 내리는 선택은 종종 우리를 어렵게 만든다. 이러한 인간의 모습은 플라톤의 "나눔&qu.......추천 -
[비공개] 마음이 만든 세계 - 꿈, 잠, 죽음(5)
행설수설s2 / 『달라이 라마와의 대화』 / FRANCISCO J.VARELA 엮음 저자(글) · 이강혁 번역 꿈과 무의식의 언어 공부는 기본적으로 태도의 문제다. 태도란 앉아서 책을 펴는 자세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새로운 것을 만났을 때의 반응, 낯선 세계와 접촉했을 때 느끼는 긴장과 호기심, 그리고 그 안에서 자신을 위치시키는 방법까지 포함한다. 무엇을 배우든 그 출발점은 단순하다. 익숙한 내용이라면 이미 많은 것을 알고 있는 것이고, 낯설게 느껴진다면 이제 막 입문했다는 뜻이다. 중요한 것은 낯선 개념을 만날 때 기죽지 않는 자세다. 학문은 처음부터 완벽하게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차근차근 계단을 밟아가는 과정이다. 너무 많은 것을.......추천 -
[비공개] 철학, 생생한 라이브 - 읽기 들뢰즈(3)
글공방나루 / 읽기학교 / 『들뢰즈가 만든 철학사』 단어와 문장 오늘 우리는 텍스트를 읽고 이해하는 과정에서 어떠한 태도를 취해야 하는지에 대해 심층적으로 탐구하려는 것이다. 특히, 들뢰즈가 주장하는 플라톤주의의 전복이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이해라는 행위의 본질과 그 궁극적 목적이 무엇인지에 대해 논의하려 한다. 대개 텍스트를 읽을 때 우리는 이해를 최종 목표로 삼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들뢰즈는 이해 자체가 목적이 될 수 없다고 단언한다. 이해란 텍스트와 관계를 맺고자 하는 과정일 뿐이며, 그것이 종착점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텍스트를 이해한다는 것은 저자의 의도와 메시지를 분석하는 것을 넘어, 저자와 대.......추천 -
[비공개] 생존이 다가 아니야 - 인간의 조건(4)
삶, 세계, 행위 하나 아렌트의 저작인 ‘인간의 조건’(독일어 원제: Vita Activa)은 제목만으로도 이미 깊은 사유의 문을 열어준다. 이 책의 영어 제목인 ‘The Human Condition’은 아렌트의 철학적 통찰을 포괄적으로 담아내지만, 원래 독일어 제목 ‘Vita Activa’는 조금 다른 뉘앙스를 제공한다. 두 제목이 서로 연결되면서도 독특한 차이를 지닌다는 점에서, 아렌트의 사유 속으로 들어가는 첫 걸음이 된다. 아렌트는 이 책에서 인간 존재를 구성하는 세 가지 활동과 그 활동에 대응하는 기본 조건을 설명한다. 노동은 생명 유지와 필수적인 관계를 맺고 있으며, 작업은 지속 가능한 세계를 창조하며, 행위는 인간의 독창성과 자유를 실현.......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