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상수 감독의 극장전을 보았다. 최신 영화는 아니지만, 그의 영화는 언제 봐도 똑같이 좋다. 홍상수의 영화는 화려하지 않기 때문이다. 화려한 것은 몰입을 방해한다. 홍상수 영화는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가 없다. 어떻게 보면, 영상에 정성이 전혀 들어간 것 같지 않은 무성의한 날 것처럼 보인다. 배우의 개성도 마찬가지다. 마치 색채를 빼앗겨 버린 꽃과 같다. 홍상수 영화의 배우는 그냥 영화의 소품과 동등하게 영화의 일부분일 뿐이다. 아무튼, 홍상수의 영..

- 이 책은 강력 추천 1980년 전 세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전대미문의 사건이 발생한다. 바로 '역사학자는 현대사를 연구하면 안된다'는 현대사 연구 금지론이다. 덕분에 1960년대까지만 해도 많은 독립운동가가 생존해 있었지만, 역사학자들의 현대사 연구 금지론이라는 반역사학적 명제로 말미암아 그들을 외면하게 되었고, 독립운동가들은 쓸쓸히 생을 마감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그들의 명예를 회복시킬 수 있는 근거가 되는 1차 사료도 모두 사라졌다. 그..

세계엔 4개의 계층이 존재하며 이를 노동자, 지식인, 전사, 탐획자로 분류한다. 이것을 4분화 된 사회체계라 하며 세계는 이러한 4가지 계층 중 하나가 사회를 지배하면서 순환된다. 이것을 사회순환법칙이라고 한다. - 사카르의 사회 순환이론 - 세계를 지배하는 것은 돈이다. 바꿔 말해 경제를 지배하는 것이 세계를 지배하는 것이다. 부는 이제 전 세계적으로 존경받는 선망의 대상이 되었다. 우리는 현재 탐획자 계급의 지배를 받으며 살고 있다. 탐획자 계급..

넛지(nudge)는 인간에게 더욱 경제적이고 현명한 판단을 내릴 수 있게 하는 일종의 주의환기를 제공한다. 우리가 사는 사회의 구성원 대다수는 자신이 매우 합리적이고 경제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다고 자신한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대개 작은 관심이나 정보 또는, 다른 사람에게 조언을 받아서 지금보다 훨씬 나은 경제적 패턴으로 바꿀 수 있음에도 그러한 노력이 미약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1,000원짜리 한 달간 무료인 잡지를 구독했다고 해..

잠을 자기 위해 베개에 머리를 대고 누울 때 문득 생각나는 것들이 있다. 그럴 땐 아차 싶다. 왜냐하면, 꼭 그럴 때 생각나는 기억 대부분은 예전에 있었던 나의 경솔했던 언행들이기 때문이다. 이제 아무도 기억하고 있지 않은 기억을 떠올리며 나 혼자 창피하고 '내가 그때 왜 그랬을까?' 하며 부끄러워 잠을 뒤척이던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꼭 결정적인 순간(너무 피곤해 일찍 자야 하는 순간)에 그런 일들이 떠오른다는 것이 참 신기할 따름이다. 아무튼,..

넛지(nudge)라는 책에 소개되어 있는 독특한 아이디어. 웬 소변기가 덩그러니 있는 것일까? 라고 의문이 들 수 있다. 그런데 변기 안을 자세히 살펴보라. 변기 가운데를 보면 작은 파리모양의 그림을 발견할 수 있다. 이 파리는 원래 파리가 앉아 있는 것이 아니라 변기에 일부러 프린팅한 것이다. 위 화장실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있는 스키폴 공항의 남자 화장실이다. 대개 남자들은 볼일을 볼 때 조준하는 방향에 따라 변기가 쉽게 더러워진다. 그러나..

소설에 빠지기 위해선 예열 단계가 필요하다. 뚝배기에 무언가를 끓일 때도 마찬가지다. 천천히 열을 받은 뚝배기는 한참이 지나야 펄펄 끓기 시작한다. 진정한 뚝배기의 맛을 느끼기 위해 오랫동안 뚝배기를 데워야 하듯이, 소설 또한 그 소설의 재미를 데우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렇게 끓어 오를 정도의 시간이 지난 뒤에도 어떤 소설은 확실한 인상을 심어주지 못하고 실망감을 안겨줄 때도 있다. 그러나 하루키의 소설은 서서히 끓일 필요가 없다. 더..

이명박 정부는 과거에 대한 정치적 부채가 없는 정부여서 이전의 그 어떤 정부도 해내지 못한 변화와 개혁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중략.. 몰상식과 불합리를 몰아내고, 모든 국민들에게 공정한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우리 사회 전반의 활력을 되살려내야 한다. -이재오 중에서- 책 속의 한 구절이다. 사실 책 중반에 이 부분을 읽고 책을 도로 덮으려 했었다. 과연 이 말에 동의할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되물어 보고 싶다. 한..